대형마트·SSM 공세속 이달말 44년만에 문닫아
김두관 前지사 누나도 40년 지킨 생선좌판 접게 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44년 동안 가족이었는데 이제 헤어져야 하네요" "욕심내지 말고 쉬엄쉬엄 사세요. 건강이 최고예요. 멋지게 사세요."
14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시장 인근의 작은 호프집. 이마에 주름살이 깊게 팬 60~70대 어르신 20여명이 삼계탕을 앞에 두고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김건태(65) 대림시장 상인연합회 부회장을 비롯한 시장 상인들이다. 이날 자리는 20~30대에 만나 대림시장에서 40년 넘게 동고동락한 상인들의 조촐한 송별회다.
대림시장은 1968년 문을 열었다. 논두렁에 천막을 치고 평상 위에 물건을 놓고 팔았다.
시장은 197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한 상인은 "사람들이 장 보러 가리봉동에서 여기까지 왔었지"라고 회고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시장 앞에는 왕복 8차선 도로가 닦이고 여기저기 고층 빌딩이 들어섰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손님들은 재래시장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무려 200개가 넘던 점포는 어느덧 30여개로 줄었다.
결국 시장 운영주는 경매를 통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측에 시장 부지를 팔았다.
상인들은 이달 말까지 가게를 비워줘야 한다. 그나마 이곳이 지역구인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이 병원 측에 통사정한 덕에 한 달이라도 늦출 수 있었다.
대림시장이 평생 일터였던 이들에게 앞날의 계획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별을 보름 앞뒀지만 송별회는 내내 담담했다. 할아버지들은 약주만 들이켰고 할머니들은 과거를 들추며 수다를 떨었다.
시장통에서 야채를 팔던 길금순(67·여)씨가 말문을 열었다.
"참 허망하지. 징그러운 세상을 살았네. 너무 힘들어서 애들한테 화풀이를 많이 했어. 하도 그러니까 옆집 아줌마가 '아저씨가 밖에서 낳아 온 애들이냐'고 묻더라니까."
길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늙으니까 애들한테 미안해. 저번엔 자식이 손주를 때리기에 말렸더니 '엄마가 나 때렸던 건 기억 안 나?' 이러는 거 있지…허허."
맞은 편에 앉았던 동료 아주머니가 "맞아 맞아. 신랑은 속 썩이지"라고 맞장구를 치더니 이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금속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팔던 상인 우시명(60)씨는 "그래도 대형마트에 화가 나진 않아"라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
우씨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봐야지"라면서도 "재래시장에서 마트로 넘어가는 역사의 틈에 내가 끼었다고 생각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상인들 틈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누나인 김길자(68)씨가 앉아 있었다. 김씨는 대림시장에서 40년간 생선을 팔았다고 한다.
' 시장이 없어지는 게 서운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김씨는 "오래 했는데 뭘"이라고 웃음지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최해진(75·여)씨는 "서운하고말고. 나가고 싶어 나가는 것과 나가야 해서 나가는 건 다르지"라고 아픈 속내를 털어놨다.
송별회는 2시간도 못 돼 끝났다. 한 할아버지가 "우리 노래방 갑시다"라고 소리쳤지만 호응하는 이는 없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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