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경력이 짱짱한데 나이 많다고 이력서 퇴짜
◆ 장년 일자리 박람회 ◆ "외국 회사에서 25년간 일했는데, 서류부터 번번이 거절당하니 화가 날 정도예요." 4일 박람회를 찾은 유태식 씨(61). 외국계 물류회사에서만 25년째 일했던 유씨는 "40~50대 이상의 성과를 낼 자신이 있지만, 면접장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거절당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씨는 아직 공부하고 있는 딸을 두고 있어 '고정 수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씨는 "내가 그간의 전문성을 다시금 키워 나가면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안정적 수입을 이어가고 싶다"면서 "제발 일하고 싶고, 일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
박람회 행사장에선 일자리를 원하는 '우리네 아빠'들의 애절한 사연들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일산 마두동에 사는 이 모씨(56)는 "그동안 잡코리아나 인크루트 등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수십 번 냈으나 번번이 거절 당했다"면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도 카드사나 다단계업체 등에서 채용하는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버스기사로 근무하다 지난 3월 말에 퇴직한 허 모씨(58) 역시 일자리가 급하다고 했다.
그는 행사 시작 한 시간 전 현장에 도착해 구직신청서를 작성할 정도로 재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퇴직 후 그동안 허씨가 지원서를 낸 곳은 대략 50군데에 달했다. 그러나 연락이 온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면접을 봤던 기업으로부터는 "나이 먹어서 일이나 할 수 있겠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3년 전 학교 경비를 끝으로 무직으로 지냈다는 김정 씨(57)는 "많은 수입은 필요 없으니 이젠 현장에서 뛰고 싶다"며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수많은 회사에서 면접을 봤지만,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번번이 낙방을 맛봐야 했다. 김씨는 면접 직후 "면접 담당자와도 이야기가 잘 통한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40 년 가까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한 김 모씨(63)는 "공무원 퇴직 후 연금을 받으며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일할 기운이 있는데 그냥 무료하게 시간을 보낼 순 없다"며 "앞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는 등 부동산 분야의 전문가가 돼 이 분야에 재취업을 노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버지의 희망을 되찾아드리고자 함께 박람회를 찾게 됐습니다."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난 고용석 씨(30)가 건넨 첫 마디다. 그는 농협에서 30년 가까이 현역으로 일하다 은퇴한 아버지 고재풍 씨(56)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았다. 재풍 씨는 "'어떻게 현장에서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을까'란 생각에 보다 현실적인 시각을 지닌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김경도 차장 / 이한나 기자 / 서동철 기자 / 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 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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