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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으로 진수성찬 차려놓은 곳”

천하한량 2009. 1. 14. 00:25

“생태적으로 진수성찬 차려놓은 곳”
금강 하구서 매주 탐조활동-서산 한종현 교사
2009년 01월 12일 (월) 15:54:31 허정균 기자 huhjk@newssc.co.kr

   
▲ 거의 매주 서천을 찾는 한종현 교사. 600mm 망원렌즈는 필수품이다.
“서천은 생태적으로 진수성찬이 차려진 곳입니다.” 서산 서일중학교 한종현(48) 교사의 말이다. 그는 90년대 중반 마서면 도삼리 금강철새탐조대 개관시 서천과 인연을 맺은 이래 한 달에 한 번씩은 금강하구를 찾았다. 2년 전부터 푸른서천21추진위원회(사무국장 김억수)와 함께 매월 유부도를 방문하여 그곳의 변화를 모니터링 해오고 있다.

“유부도는 새들에게 삼한시대의 소도와 같은 곳입니다.” 무분별한 갯벌 매립으로 새들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유부도는 도요물떼새 등에게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작년 10월 그는 세계적으로 80여 개체만 확인된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를 촬영하기도 하였다.

   
▲ 가창오리의 군무. 해질 무렵 매일 이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지난 3일 다시 서천을 찾은 그를 만났다.

“우리 세대라면 대부분 그랬겠지만 사회를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대전 출신인 그는 서산에 부임해오자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하는 데 참여한 후 천수만의 철새들을 관찰하는 데 매달렸다. 이 일만큼은 열과 성을 바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제 금강하구까지 조사 영역을 넓힌 것이다.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설로 금강하구 생태계가 궤멸될 것을 몹시 염려했다. 사람이 생태계를 파괴하면 그 재앙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사람에게 꽂힌다는 것이다.

오늘 그가 할 일은 금강호에 와 있는 가창오리의 개체수를 헤아리는 일이었다. 이곳에 오는 가창오리들은 비교적 사람과 익숙해 100여미터 거리에서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둑을 따라 가면서 세 군데에서 무리를 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창오리들을 만났다. 그가 파악한 개체수는 모두 4만5천 마리. 최근 기온이 많이 떨어져 더 남쪽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한 교사는 말한다. 저 많은 수효를 어떤 방법으로 세느냐고 묻자 처음 10마리를 세고 그 다음 20마리,  50마리, 100마리... 1천 마리까지 확인한 다음 밀도 등을 감안하여 목측으로 수효를 헤아린다고 답했다.

   
▲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위장막을 치고 새들을 관찰하는 한종현 교사
그는 새들에 관해 전문가나 다름없다. 왜 가창오리들은 집단생활을 하느냐고 물었다. “조류는 대부분 번식이 끝나면 월동기에는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본능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창오리의 집단성이 가장 강하다”고 말했다.

가창오리는 시베리아의 레나강 유역에서 번식을 한 후 10월이 되면 가족단위로 바이칼호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대군집을 이루어 11월 초에 한반도에 도달한다. 중국 북부나 일본에까지 가기도 한다. 천수만과 금강호, 해남의 고천암호, 창원의 주남호 등이 이들 가창오리들의 주 월동지이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서 발견된 오리가 처음 학계에 보고되어 가창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집단성이 워낙 강해 떼지어 있는 무리를 하나의 개체로 본다고 말한다. 가창오리는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조류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종 2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오리들은 야행성 동물이며 어둠이 내리면 먹이활동에 나선다. 이 때 가창오리들은 금강호 수면 위에서 한바탕 군무를 펼친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가창오리들이 떠나간 수면에 어둠이 깔리고 서쪽 하늘에는 노을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한종현 교사는 이 시간이 하루 가운데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금강호변 제방은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려는 나그네들로 긴 띠를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