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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학부모들에게 "아이 선생님한테 촌지를 주느냐"고 물었다. 한 번도 준 적 없다는 학부모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안 받는 교사도 있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촌지(寸志)가 생각만큼 광범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학부모들의 육성을 그대로 싣는다.
압구정동에 산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다. 1학년 5월쯤 아내가 다른 학부모와 얘기하다 우리 아이만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한 번도 못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우리만 안 줬더라. 보통 50만원씩이라고 했다. 그럴 형편이 안 돼 30만원을 케이크에 넣어 드렸다. 다음 날 아이 공책에 '참 잘했어요' 도장이 있었다. 그 뒤 분기마다 찾아가 30만원 혹은 50만원씩 준다. 사양하는 교사? 한 명도 못 봤다. 잘 봐달라고 줬다고? 그냥 타박만 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에서 준다.
/중소기업사장(42)
■"현금서비스 받아 줬다"
딸이 상계동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아이가 학교만 갔다 오면 울었다. 담임교사는 "아이가 산만해 벌도 줬는데 못 가르치겠다"고 했다. 전화로 부탁해도, 학교에 다녀와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며칠 뒤 아이가 선생님에게 손바닥을 맞고 왔다. 그 다음 날 아내가 카드로 현금서비스 30만원을 받아 봉투에 넣어 학교로 갔다. 아내는 "담임선생님이 내 손을 꼭 잡고 잘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할 말이 없었다.
/보험설계사(37)
■"명품 지갑을 내밀어 보니"
(분당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의 담임교사가 학년 초에 "학교 오지 말라"고 해 그 말을 믿었다. 알고 보니 학교를 다녀온 학부모들이 있었다. 아내가 혹시 하는 생각에 해외여행 중 사온 40만원짜리 샤넬 지갑을 가져갔다. 아내는 담임교사가 거절하면 자기가 쓰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교사가 "고맙다"며 덥석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대기업 차장(41)
■"2학년 아들이 뺨을 맞고 와서"
아들이 신촌의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담임교사에게 자꾸 뛰어다닌다며 뺨을 맞고 왔다. 그 뒤에는 준비물을 안 갖고 왔다고 맞고 왔다.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전화하니 "애한테 관심이 없느냐"고 담임교사가 말했다. 학교에 가서 10만원 봉투를 드리고 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이가 돈을 도로 들고 왔다. 다른 엄마에게 물어보니 "30만원을 넣든지 50만원을 넣든지 하라"고 했다. 다음 날 50만원을 들고 학교에 갔다. 맞고 오는 일은 없어졌다.
/주부(37)
■"돈을 어떻게 전달하나 걱정했는데"
중2 딸이 강남구 대치동 학교에 다닌다. 애가 체육시간에 밖에 못 나갈 정도로 아파서 교실에 엎드려 있으면서 선생님에게 말을 안 했다고 했다. 아이가 잘못했다. 그러나 공부도 잘하는 애가 그 일 때문에 계속 혼났다. 엄마가 사과를 안 한 죄도 있다고 생각했다. 30만원이 든 봉투와 그 봉투를 넣어 전달할 책도 샀다. 봉투 드리면 무안해하지는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다. 학교에 도착해 전화하니 교사가 혼자 있는 체육실로 불렀다. 그냥 돈봉투 줬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알게 된 아이가 그 다음부터는 학교에 못 오게 한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 돈으로 옷이나 사달라"는 것이다.
/주부(44)
■"유치원도 성의 표시는 해야"
(일산에 산다. 일곱 살 아이를 한 달에 70만원 정도 하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엄마들이 물어보니 유치원도 기본은 챙겨야 한다고 하더라. 유치원 학비도 비싼데 선물한다는 게 좀 그랬지만 5월 스승의 날에 20만원씩 들여 원장, 한국인 선생, 원어민 선생께 외제 귀걸이와 목걸이를 사드렸다. 귀걸이 목걸이는 사이즈가 상관이 없어서 고른 것이다. 너무 좋아하시면서 받으셨다.
/주부(32)
■"돈의 용도를 정확히 말해주더라"
고1 아들이 성북구 학교에 다닌다. 다른 내신은 괜찮은데 음악, 미술, 체육만 안 나온다. 걱정이 돼 학교에 가서 담임교사와 상담하려 했다. 일요일에 오라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봉투를 놓고 나왔는데, 선생님이 "이걸로 음악, 미술, 체육교사와 회식하면서 누가 내는 거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묘했다.
/주부(48)
■"학년 끝날 때 갔더니"
과천에 산다. 최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담임 선생님에게 아내가 봉투를 갖다 줬다. 1학년 때 담임은 아이가 적응 못하고 만날 울고 오줌도 싼다며 타박했었다. 떡을 사서 밑에 돈 봉투 깔아서 드렸더니 애가 모범생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2학년 선생님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아내가 고마워서 학년 말에 인사하겠다고 간 것이다. 진짜 촌지라고 생각하고 갖다드렸다. 그런데 마지막이 압권이었다. 선생님은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상이라도 줬을 텐데"라고 하셨다고 한다. 오만 생각이 들었다.
/유통업체 부장(44)
■"돈 돌려 보내며 편지 쓴 선생님"
목동에 산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4학년 딸이 있다. 촌지받는 선생님, 안 받는 선생님이 정해지는 건 완전히 운이다. 받는 분은 학기당 한 번은 드린다. 나만 해도 경험이 일곱 번 있으니까. 처음에 찔러 보면 안다. 괜히 안 주면 애만 피곤해지고 결국엔 주게 돼 있다. 작년 초 아들의 선생님한테 봉투를 드리면서 책상에 놓고 나왔는데, 아이 편에 편지와 함께 돈을 돌려 보내셨더라. 기분 정말 상쾌했다. 편지는 '성심 성의껏 잘 가르칠 테니 지켜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기업 차장(39)
■"한 학년에 두 반, 촌지 준 적 없어"
아이가 서대문구의 초등학교에 다닌다. 한 학년에 두 반이다. 학부모끼리 잘 모이고 서로 뭐 하는지, 형편이 어떤지 잘 안다. 촌지는 줘 본 적 없다. 차라리 학교발전기금을 내라면 내겠지만 몇 명 되지도 않는 학교에서 촌지 주는 것은 너무 이상하다. 어떤 교사도 압력을 넣거나 다른 학부모가 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소규모 학교가 이런 것은 참 좋다.
/대기업 부장(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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