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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가 외도하는 이유

천하한량 2008. 8. 22. 02:44

 

그는

지금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찾고 있다.
15년 전 어려운 유학시절에 큰맘 먹고 장만했던 고가(?)의 재산이다.
마침 지방으로 몇 달 가있어야 할 형편이라 라디오를 사려던 차에
그 추억의 라디오가 생각난 것이다.

향기로운 과거를 떠올리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라디오를 찾던 그에게 아내가 괜한 소란을 피운다며 짜증스럽게 말한다.

“그 고물같은 라디오는 찾아서 뭐해요. 하나 사면 되지….”

노여움이나 민망함보다 앞서는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
한때 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같이 행복해 했던 아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며칠 후 집에서 아내와 함께 TV를 보는 자리였다.
드라마에서는 남편의 여자관계를 의심하는 한 여자가
 남편의 뒤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었다.
그는 늘 그랬듯이 며칠 전의 무안함을 다 잊은 채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한테 애인이 생기면 어떻게 할래?”
단 0.5초만에 용수철같이 튀어나오는 아내의 대답.

“배 나오고, 나이 들고, 돈 없는 당신 같은 남자를 누가 좋아하기나 한대요?”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날카로운 말의 비수는
 그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6개월쯤 후 그 배나오고 돈 없고 나이든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

이를 알게 된 아내는 미칠 듯이 괴로워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 였다.

결혼생활 7∼8년이 지나면서부터 부부간에 흔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여자는 점점 강하고 당당해지는데 남자들의 목소리는 잦아든다.

남자는 30대 중반이 넘으면서부터 감정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갑자기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버지의 역할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멀쩡하게 일을 잘하던 사람들도
 ‘도대체 내가 이 일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면서 회의를 갖기도 한다.

여자는 그 반대다.
결혼 초에는 남편이 몇 시에 들어오는지,
요즘 사랑한다는 말을 몇번 했는지,
 나를 몇번 만져줬는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살다가
나이가 들면서는 점점 자기주장도 강해진다.

좋게 말하면 독립적이고 뒤집어보면 공격적이다.
그래서 이때 남자들은 전보다 강해진 아내에게
약한 남자로 비춰지면서 비난을 당하기 쉽다.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친 남자들은
자신에게 공감적이고 인정해 주는 따뜻한 아내를 기대하고 집으로 들어가지만
 남자가 남자다움의 굴레를 벗고 싶은 그 시기에
여자도 여자다움의 굴레를 벗으려 한다.

이 시기의 남자들은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여성호르몬이 증가하며,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남성호르몬이 증가한다는
의학적인 사실도 남녀의 이런 반전을 잘 설명해준다.

한 남자가 자주 가는 술집 아가씨에게 2장짜리 팬티세트를 선물했다.
손님을 모시고 가면 늘 잘해준 것이 고마워서였다.
술집 아가씨는 선물을 받고는
 “어머, 부장님 고마워요. 이거 너무 예뻐요” 라면서 연신 감탄을 한다.
순간 그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속옷가게에 가서
 더 화려하고 비싼 무지개 빛깔 팬티를 무려 7장이나 사서
호기롭게 아내에게 내밀었다.

“아니, 내가 이런 걸 어떻게 입는다고 사와요.
얼마 주고 샀어요? 어디서 샀어요? 가서 바꿔오세요.”
아내에게 무지개 팬티를 입혀보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구겨진 휴지뭉치 같이 되었다.

밖에서 만나는 여자들은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고 감탄할 줄 안다.
그래서 그런 여자와 같이 있을 때
남자는 ‘나도 진짜 멋있는 남자일지도 몰라’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한 인정이나 칭찬의 파급효과로 인해
실제로 더 능력있고 멋진 남자가 된다는 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원리다.

중견남자들이 외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성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사내들이
신선하고 자극적인 젊은 여자에게 눈 돌리는 한눈팔기 같은 것일까.

천만의 말씀.
대부분의 남자가 외도에서 찾는 것은

 ‘여자’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글쓴이 : 정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