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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자연을 보면,

천하한량 2006. 12. 28. 05:00
우주 자연을 보면,
 
하늘은 꽃으로써 춘하추동의 사시절을 행하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털어 놓았다.

꽃은 피고 진다.
 
봄의 따뜻한 햇볕에 피고,
 
가을의 모진 바람에 용감하게 떨어진다.
 
그렇건만 그들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얼마나 고결한 덕행의 실천자들인가.

그 마음은 어떠한 인간보다도 더욱 어질고 순수하다.


꽃은 어디서든지 자라고 핀다.
 
자리를 다투지 않는다.
 
좋은 땅이나 나쁜 땅이나

자갈밭이나, 바위 틈이라도 뿌리가 뻗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자라나 꽃을 피워 준다

높고 낮은 것을 가리지 않고

귀하고 천한 것을 가리지 않는다.

그것은 우주의 참된 본질이다.

자연과 같이 살고, 자연과 같이 죽는 진실한 충신이다,
 
말없이 살다 죽어가는 만고의 어진 충신이다.



이렇게 숭고하고 아름다운 꽃에 비해

인간은 얼마나 약삭빠르고
 
몰염치하고 신의가 없는가.
 
한 가지 보잘 것없는 조그만한 재주라도
  
그것으로 대대손손 영화와 부귀를 누리려 하고,

코딱지만한 권력을 앞세워
   
남을 짓밟고 할퀴고 물어뜯고 때려 엎어서
 
자기를 위에 올려 세우고,
  
남의 송장 위에서 공명을 다투고,
 
후세만대에 자기의 빛나는 투쟁의 역사와 명예를 남기려 하지 않는가.

   

그러나 아름다운 꽃에 이런 욕망이 있을 것인가.
 
꽃은 고고한 군자와 같다.
 
군자는 인간의 꽃이다.

참된 군자는 화초의 미덕을 본받으려고 애쓴다.

꽃의 덕을 닦고 꽃처럼 주고 어질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임제(林悌, 1549~1587)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선조 9년에 생원, 진사 양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알성문과에 급제,
예조정량까지 지냈으나
동서인의 붕당을 크게 개탄하고
명산을 두루 찾아다니며
시와 술로써 지내다가 3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