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으로 여러 곳의 댐들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단비가 내린 곳도 있지만 말라 갈라진 땅을 적시지 못한 곳도 있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곡식을
키우기 위해 제때 알맞게 내려 주어야 할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농민들의 마음은 바짝바짝 타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사전(祀典) 기우제용변증설(祈雨祭龍辨證說)」에 보면, 송(宋)나라 관중(關中)에 가뭄이 들었을 때, 어떤
승려가 도마뱀 10여 마리를 잡아 항아리 안에 넣어 놓고, 석척동자(蜥蜴童子)라 부르는 어린아이 수십 명한테 버들가지를 잡고 주문을 외게 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도마뱀아, 도마뱀아.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해라. 비가
쏟아지게 하면, 너를 놓아 돌려보내 주마.[蜥蜴蜥蜴, 興雲吐霧. 令雨滂沱, 放汝歸去.]”
어린아이들이 주문을 외자
큰 비바람이 불었다고 합니다. 도마뱀은 용과 닮았기 때문에 기운이 통할 것이라고 보아 용 대신 도마뱀을 쓴 것이라고 합니다. 도마뱀을 써서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습니다.
『은대조례(銀臺條例)』 「예고(禮攷) 기고제(祈告祭)」 조항에 보면, 기우제는
하지(夏至) 이후에 예조에서 임금께 여쭈어 2일 간격으로 거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12차례에 걸쳐서 차례로 거행하도록 하였는데,
삼각산ㆍ목멱산ㆍ한강단(1차, 6차), 용산강ㆍ저자도(2차, 7차), 남단ㆍ우사단(3차,
8차), 북교(4차, 9차), 사직(4차, 10차), 종묘(5차, 11차)에서 관원의 품계를
높여가며 거행하도록 하였습니다.
특별한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는데, 6차 때에는 내시를 보내어 ‘침호두(沈虎頭 호랑이 머리 모양을 만들어 제물과 함께 강물에 던지는
의식 )’를 거행하였고, 9차 때에는 북교에 정2품, 모화관 연못가에 무관 종2품과 석척동자를 보내어 의식을
거행하였고, 12차 때에는 당하 3품을 보내어 ‘오방토룡제(五方土龍祭 흙으로 만든 용을 다섯 방위에 두고 채찍으로 용을 치면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거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에 기우제를 지내는 중에 비가 내리면 축문(祝文)을 수정하던
말이 있습니다. “단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감패주하(甘沛注下)]”
오랜 가뭄 끝에 기다리던 비소식이 들려옵니다. 별다른 비 피해 없이 가물었던 모든 땅에 단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