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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양만큼 늘어가는 남자의 고민

천하한량 2007. 12. 3. 20:43

폭탄주 양만큼 늘어가는 남자의 고민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올해도 마지막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젊었을 때는 '12월이 오면 크리스마스도 있고 눈도 오니 참 좋다'는 생각만 했지만 중년이 되니 크리스마스가 온들 심드렁하고,눈이 와도 맘은 들뜨거나 설레기는 하지만 딱히 신나는 일이 없으니 그런 것들은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위사람들이 눈이 왔다고 여기저기 전화질해대는 꼴이나 문자 보내는 것들도 보기 싫다.

한 수 더 떠 발정난 강아지처럼 흥분해서 시끌벅적한 꼴도 부러워 죽겠는 데다 끼리끼리 엉겨붙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것들을 보면 울화통까지 치민다.

평소 인간성 좋은 직장 동료들은 송년회 약속 전화들을 받고 앞으로의 만남을 미리 상상하며 기뻐하는데 평상시 아무 생각 없이 산 사람은 갑자기 왕따당한 것 같아 씁쓸하다.

어디라도 한 다리 끼고 싶은 마음에 가자니 그렇고 안 가자니 그런 어정쩡한 모임이라도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 놓고 너무 바빠 싫어 죽겠다며 징징거리지만 얼굴은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남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이상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야! 12월은 빈 날이 하나도 없으니 술 꽤나 마시겠는데.술도 그만 마셔야지 젊었을 때는 모르겠더니만 이젠 술 마시니까 취하더라고.폭탄주 서너 잔 마시니 그대로 가버리더라고.작년 말에는 하도 많이 마셔서 술병까지 났었잖아.속 다 버리고….야! 이거 한 달을 어떻게 버티지?"

1차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곁들이고 2차로는 자리를 옮겨서 입가심이랍시고 또 마시고 술 좀 깨고 가야 한다고 노래방에 들러서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캔맥주로 또 입을 가신다.

남편이 집에 도착했을 때 너무 취한 상태면 '싸모님'들이 잠시 검문 있겠다고 입안 조사를 하는지 경찰들이 음주단속하는 빨대를 갖다대며 불라고 '더 더 더'를 외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마실 때는 부어라 마셔라 흥분하지만,다음 날 아침에는 이불 속에서 기어나오기가 힘들고 출근해서도 속이 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82%가 송년회 술 때문에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이 있으며 66%는 2차까지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사랑을 가꾸는 미약일 수도 있지만 사랑의 기쁨을 빼앗는 독물일 수도 있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술은 칙칙한 위선의 껍질을 벗겨내는 힘이 있어 술에 의해 발가벗은 본성은 그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술과 잘 사귄 해피 드링커(happy drinker)의 술잔엔 사랑과 여유가 넘친다.

술이 섹스의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근심과 걱정의 찌꺼기,미움과 원망의 앙금이 술에 용해되어 오직 섹스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이란 잘 다루기만 하면 즐거움을 곱절로,슬픔을 반분하는 인생의 좋은 친구다.

그러나 술과 잘못 사귄 키친 드링커(kitchen drinker)에겐 술이 파멸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술독에 빠지면 거시기도 술독에 빠져 제멋대로 행동한다.

공포의 12월,발기가 되는 날보다 안 되는 날이 더 많은 중년 남성들은 매일 이어지는 폭음으로 축축 처지는 거시기가 더 걱정이고,술 마셔서 속쓰린 것보다 더 속이 쓰리고 아프다.

"그러면 그렇지,술이 떡이 돼서는 내가 딴 여자로 보였는지 웬일로 덤빈다 했더니만….내 다시는 하나봐라.요즘엔 뜸해서 하는 대로 놔뒀더니만,에이! 혹시나 했더니 기분만 잡치고 말았어…."

술은 입으로 마셨을 텐데 왜 거시기가 '나 죽었소' 하는 걸까? 싫다 싫어 12월! 세상에 모든 달력이 11월 다음에 1월로 건너뛰면 안 될까?

/한국성교육연구소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