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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송 김회옹 부 화평부서(送金晦翁赴化平府序) -이곡(李穀) -

천하한량 2007. 2. 10. 18:36

서(序)
 
 
송 김회옹 부 화평부서(送金晦翁赴化平府序)
 

내가 도하(都下 중국)에 있을 적에 들으면 새로 수령(守令)으로 제수된 자들이, “어떤 주는 장기(?氣)가 있어 살 수 없다. 어떤 현은 그 습속이 완악하고 어리석어서 다스릴 수 없다고 하거나, 그 다음에는 고향과 거리가 너무 멀어 가기가 어렵다. 봉급이 박하여 청렴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며, “전관이 임소에서 죽었으니 어찌 그 주에 갈 마음이 있겠는가. 전관이 벼슬 운수가 좋지 않았으니, 어찌 그 현을 맡을 생각이 나겠는가.” 하는, 따위의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무릇 중국의 선비라고 어찌 어질고 어리석은 자가 없겠는가만 사생(死生)과 궁달(窮達)을 밖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에 이르러서는 동일하니, 대개 그 습속이 아직 올바른 때문이다. 이러므로 중국이 된 것이다.
내 친구 회옹(晦翁)이 광주(光州)로 가게 되자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근자에 광주를 얻은 자는 전관이 임소에서 죽었다 해서 흔히 기피하고 사면하는 처지니, 옹은 반드시 임소에 가서는 안 된다.” 하니, 옹은 말하기를, “어허, 광주는 장기가 없으니 내가 살 수 있고, 백성이 비록 완악하고 어리석을지라도 따로 법의 조문이 있으니, 내가 다스릴 수 있고, 내 고향과 거리가 가까우니 내가 어찌 가기를 꺼리리오. 그 봉급이 비록 박하다 하지만 오히려 나날이 태창미(太倉米)를 꾸어 먹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천하 고금에 수(壽)를 못한 자는 다 광주에 벼슬살이한 자였던가. 그 벼슬운이 좋은 자는 다 광주에 제수되어도 사면하고 부임하지 않은 자였던가.” 하였다. 그 말이 정대하여 옛날 도성에서 들은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나도 모르게 볼기를 치며 일어나서 말하기를, “옹의 이 걸음은 분명 다섯 가지 이익이 있을 것이다. 남이 버리는데 나는 취하였으니 반드시 정사에 장구(長久)할 것이니 하나요, 착한 정사가 오래가면 백성이 그 복을 받게 될 것이니 둘이요, 정사가 성공하여 성적이 제일이라 임금의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니 셋이요, 옹이 이미 소환되면 대신하는 자가 반드시 어질 것이니 넷이요, 어진 자가 뒤를 이으면 광주가 반드시 다시 흥기하리니 다섯이다. 옹은 그 점을 기억할지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