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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렇게 나이 들어도 괜찮다

천하한량 2011. 4. 25. 16:01

마흔, 이렇게 나이 들어도 괜찮다
사토 아이코 지음|오근영 옮김|예인|230쪽|1만1000원

올해 여든여섯 살 일본의 여성 원로 작가가 40대부터 80대까지 살면서 느낀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술회했다. 40세가 넘어 작품활동을 시작해서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 나오키상을 받은 저자의 이력은 우리 작가 박완서를 떠올리게 한다.

나이 마흔, 어느새 살찐 중년이 된 나는 옷을 사러 갈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별로 과식하지 않아도 허리 사이즈가 3㎝는 늘어난다. 그럼 또 어떤가. 다만 "작년에 입었던 여름옷을 올해도 무사히 입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 젊지도 아주 늙지도 않은 어설픈 나이"인 50대엔 치아가 갈수록 나빠지고 기억력이 감퇴된다. 그러나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잔잔한 행복이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60대엔 "늙는 게 뭐가 나빠, 하고 화를 내고 싶어진다. 늙어빠지는 것이 나의 자연이라면 그에 따르면 되는 거 아닌가." 독신 노인도 연애하고 섹스 상대를 찾으라는 열 살, 스무 살 어린 전문가의 조언에는 울컥 화가 난다. "너나 잘하세요. 나는 의젓하게 고독을 견디며 홀로 서기를 해나가는 노인이 되고 싶으니까!"

70대와 80대. "얼굴은 주름이 늘고 얼룩덜룩한 검버섯이 생기고 걸음걸이도 비틀거리기 시작하면서 노쇠와 병고, 그리고 죽음이 찾아온다. 확실하게 찾아온다. 그렇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등바등 몸부림치지 말고 노화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보기 좋지 않을까." '늙은' 저자는 주택가 모퉁이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면서 문득 깨달음을 길어올린다. "훌륭해, 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구나' 라는 것도 아닌, 그냥 '어머나 이런 데 있었구나' 하고 외치고 싶은 기분."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늘 불안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우리에게 "괜찮다"고 말해준다. 위안이 된다. 걱정하며 사느니보다 당당하게 나이 들라고 말한다. 그래, 괜찮다.